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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엔터

박인수 별세: '봄비'의 영혼, 박인수를 기억하며

by 해피라이프99 202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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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인수.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제공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봄비’만큼 감성적인 노래가 또 있을까요?

그 감성의 주인공,

가수 박인수(본명 백병종) 씨가 지난 8월 18일,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봄비’는 여전히 회식 끝나고 부장님이 마지막 곡으로 부르는 단골 애창곡이지만,

이제는 이 노래가 주는 감성이 조금 더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비처럼 조용히, 별이 되다

박인수 씨는 오랜 알츠하이머 투병 끝에,

폐렴이 악화되며 서울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적셨던 그의 노래처럼,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봄비’를 들으면, 괜히 창문 열고 감성에 젖던 그때 그 시절.

이제는 그 노래가 추억의 인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차에서 시작된 인생 드라마

1947년 평북 길주에서 태어난 박인수 씨는 한국전쟁 피란길,

어머니와 열차에서 헤어지며 고아가 되었습니다.

 

이후 열차에서 노래를 부르며 어머니를 찾던 소년

우연히 한 미군의 눈에 띄어 미국으로 입양됩니다.

 

그런데... 영화처럼 해피엔딩은 아니었습니다.

뉴욕 할렘가를 전전하며 외로움에 지쳐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미8군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악 인생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봄비’가 쏟아지던 순간

1960년대 말,

그는 신중현 사단에 합류하며 1971년 ‘봄비’를 발표.

그야말로 인생곡이자 국민 애창곡이 됩니다.

 

이후 20여 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고,

1983년엔 생이별했던 어머니와 극적으로 재회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라는 노래 제목은

아마도 그가 하늘을 보며 어머니를 그리던 시간을 담아낸 듯합니다.


은퇴, 그리고 또 다른 무대 위에서

건강 악화로 1990년대 중반 가요계를 은퇴했지만,

2012년 KBS ‘인간극장’을 통해 그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팬들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건강 문제로 활동은 어려웠고,

2013년 마지막 곡 ‘준비된 만남’을 녹음한 후

그는 조용히 음악과 인생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마지막 곡 제목처럼,

어쩌면 그는 “준비된 만남”을 위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봄비는 내리고, 기억은 남는다

박인수 씨는 단지 노래만 부른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인생 그 자체가 한 편의 노래였고,

그 가사는 상실, 기다림, 재회, 그리고 사랑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파란만장했지만,

그 삶을 ‘봄비’처럼 잔잔하게 녹여냈기에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향년 78세.

그는 우리에게 시간을 노래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고 떠났습니다.

 

이젠 하늘에서도 그가 불러줄지 모릅니다.

“봄비에 젖은 그대 모습이 내 마음을 적시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빈소: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유족: 아내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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