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여왕의 집’ 유치원 논란, 사과로 끝날 문제일까?
한적한 일요일 저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의 새 드라마 ‘여왕의 집’이 첫 방송을 탔다.
화려한 배우들, 고급진 세트, 자극적인 줄거리까지.
그런데 예상치 못한 “1회 차 유괴 대사” 한 줄이
전국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의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
“돈도 많은 재벌 집에서 국공립 유치원을 보냅니까?”
“비싼 사립유치원 보냈으면 이런 사달은 안 났어요!”
오, 그렇다.
KBS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대놓고
국공립 유치원이 유괴의 원인처럼 묘사된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가난은 죄다, 사립이 생명이다”라는 교훈(?)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KBS, 공영방송이 맞긴 한가?
문제의 대사는 극 중 “무식한 노숙자” 캐릭터가 외치는 대사라고 한다.
제작진은 이 캐릭터가 본래 ‘막말하는 설정’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묻자.
극 중 무식한 캐릭터가 뱉는 말이면 어떤 편견도 면책이 되는가?
만약 그 캐릭터가
“장애인은 쓸모없다” “다문화는 사회 문제다” 같은 말을 했다면,
그것도 설정이니 괜찮은가?
더욱 심각한 건 이 말이 공영방송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교육적, 공공적 책임을 지는 매체다.
그런데 그런 방송이
“국공립 유치원은 불안하고, 돈 많은 사람은 사립을 보내야 한다”는
암시를 대놓고 던진 셈이다.
국공립 유치원은 어느새 '값싼 선택지'로 취급받고, 사립은 ‘엘리트의 상징’이 되었다.
드라마 하나로 공교육 신뢰도는 주저앉고,
현실 유치원 교사들은 분노와 실망으로 밤잠을 설쳤다.
제작진의 사과, 그 뒷맛은?
논란이 커지자 KBS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대사는 무식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일 뿐,
국공립 유치원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죄송하다”며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단하고 문제 대사 삭제 후 재업로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빠른 대응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 사과문에서 어딘가 익숙한 '전형적인 사과의 문법'이 느껴진다.
“의도는 없었다 → 맥락을 보면 그럴 리 없다 → 하지만 불쾌했다면 사과한다”
이것은 ‘진짜 사과’일까,
아니면 ‘대국민 반응 진화용 멘트’일까?
실수는 인정하되, 의도는 부인하고,
상처는 "오해"로 포장하는 이 구조는
이제 공공기관 사과문 제작법 1장 1절이 된 듯하다.
유괴된 건 손주가 아니라 공교육의 신뢰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KBS는 공공성과 교육적 가치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말라”는
강한 성명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국공립이냐 사립이냐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회적 프레임을 어디에 고정시키느냐의 문제다.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가난한 유치원은 유괴당하기 쉽다"는 설정이 한 번 방송되면,
그게 농담이든 각색이든, 사람들 뇌리에 각인된다.
결국 유괴당한 건 손주가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신뢰다.
대중 콘텐츠, 그 말 한마디의 무게
KBS는 앞으로 “교육기관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좋은 말이다. 진심이길 바란다.
다만, 다음엔 '무식한 캐릭터'의 입을 빌려 공공기관을 저격하지 말고,
그 캐릭터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말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제작 과정에서 한 번만 더 숙고해달라.
시청자는 드라마를 보기 전에 대본의 저의를 보게 된다.
그리고 국민은, 이제 단순한 설정에도 웃지 않는다.
풍자와 혐오, 비판과 조롱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차이를 모르면, 다음엔 방송국 신뢰도가 유괴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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