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맹상군, 그리고 그의 식객 풍환.
풍환은 식읍의 빚문서를 모아 불태워 맹상군이 백성의 민심을 얻게 했었죠.
2,000년 전 그 장면이 2025년 대한민국에서 재연될까요?
이번엔 장작 대신 법안을 들고.
풍환의 불, 오늘의 ‘탕감’으로 번역하기
풍환의 선택은 간단했습니다.
“못 갚는 빚이라면, 존재 자체가 형벌이다.
그럼 끊어 주자.” 백성은 숨을 돌렸고,
맹상군은 민심을 얻었습니다.
숫자 대신 사람을 택한 셈이죠.
오늘의 정책 제안도 맥은 같습니다.
납부능력 상실이 확인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국세 체납 5,000만 원 이하를 일정 요건하에 소멸한다는 구상.
세목도 부가세·종소세 등으로 한정, 체납기간 1~5년 구간을 특정합니다.
“모두 탕감”이 아니라 기준을 세운 선별이란 점이 핵심이죠.
불장난이냐, 구조작전이냐
세금 유니버스의 역설: 성실 납세자는 “나는 바보?”라고 묻고,
연체자는 “이제 숨 좀 쉬나”라고 답합니다. 둘 다 맞는 말이라서 더 난감합니다.
도덕적 해이의 유혹: “언젠가 또 태워줄 거지?”라는 기대가 생기면, 장부는 금방 다시 쌓입니다.
풍환의 불은 한 번이었지만, 정책은 반복될 수 있거든요.
민심의 물리 법칙: 과도한 채무는 소비·창업·고용의 마찰계수를 올립니다.
탕감은 마찰열을 낮추는 윤활유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죠.
‘풍환 모드’ 정책 설계: 장작 대신 필터
“불태우기(탕감)는 쉽다. 어려운 것은 누구의 장부를 먼저 태울지 고르는 일.”
정밀 심사: 국세청 국세 체납관리단이 전수조사로 실질적 무능력을 확인(매출·계좌·폐업·질병·파산 기록 등) → “일시적 난관” vs “구조적 불능” 구분.
세목·금액·기간 한정: 부가세·종소세·5천만 원·1~5년 등 가드레일로 남용 방지.
조건부 탕감: 탕감 후 재창업·고용유지·성실 신고 의무를 일정 기간 부과. 사회가 투자한 만큼 복귀 성과로 응답.
1회성 원칙: 풍환의 불은 한 차례였다는 점을 기억. 동일 사유 반복 탕감 금지로 ‘기대 형성’을 차단.
상응 인센티브: 성실 납세자에게는 가산세 완화·영수증 복권·세액공제 등 보상 메뉴로 형평성 보정.
경제적 효과: 장부의 불이 남기는 재(再)도 있다
채무 소멸이 당장 재정수지를 좋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징수 불능으로 분류된 장부가 전체 체납의 일부(정책 추산 약 수 조원 규모)라면, 실낱 같은 미수금 대신 활동 인구의 복귀라는 확실한 효과를 선택하는 셈이죠.
소비·투자 회복: 채무 스트레스가 낮아지면 소비가 살아나고, 재창업·고용이 재개됩니다.
지하화 방지: ‘어차피 못 갚는다’ 모드의 음지화를 양지로 복귀시켜 미래 세수 기반을 확장.
행정 효율: 회수 불가능 채권 추심에 쓰던 인력·비용을 사전 예방·리스크 관리로 전환.
형평성의 시험: 성실 납세자와의 공존
모든 탕감은 형평성이라는 시험을 치릅니다.
풍환은 백성의 박수를 받았지만, 재정 장부는 비었죠.
오늘 우리는 두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합니다.
납세 신뢰 계약: “이번은 구조, 다음은 규율”이라는 시간적 약속. 일회성·엄격심사·사후 모니터링을 제도에 각인.
성실 납세자 보상: 납부유예 이자 감면, 장기분납 인센티브, 중저소득층 세액공제 강화로 ‘성실의 리턴’ 가시화.
데이터 공개: 탕감 집행 현황·재기율·세수 회복 효과를 정기 공개. 보여주는 투명성이 최고의 설득.
‘불태우기’ 이후가 더 중요하다: 재기의 사다리
장부만 태우고 돌아서면, 불은 금세 꺼집니다.
꺼지지 않는 불씨는 재기의 사다리입니다.
간편 재창업 킷: 세무·노무·상권·온라인 전환 패키지(바우처)로 초기 고비 넘기기.
손실 이월·현금흐름 완충: 소액 VAT 환급 간소화, 카드수수료 한시 완화 등 현금유동성 지원.
디지털 인보이스·실시간 리스크 알림: 체납 전 예방 경보로 악화일로 차단.
풍환이 오늘 우리에게 남긴 메모
“장부는 숫자, 민심은 힘. 숫자는 줄어들어도 힘이 커지면 나라가 산다.”
그렇다고 ‘숫자’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풍환이 불을 붙였을 때, 맹상군은 분노했다가 취지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죠.
오늘 우리의 과제는 취지를 법과 데이터로 증명하는 일입니다.
한 번의 구조가 더 큰 세수 기반으로 돌아오는 설계를 보여주는 것—
이게 현대판 풍환의 기술입니다.
불은 따뜻해야지, 들불이 되면 곤란하다
국세 체납 탕감은 불입니다.
얼어붙은 삶을 데우는 불이 될 수도, 형평성 논란을 태우는 들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정밀한 기준·한 번의 원칙·투명한 결과.
여기에 재기의 사다리를 더하면, 우리는 숫자와 민심을 동시에 품을 수 있습니다.
풍환의 불은 장부를 태웠고, 민심을 살렸습니다.
2025년의 불은 장부를 정리하고,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타당한 기준과 공정한 절차,
그리고 두 번째 기회를 일으킬 사다리가 준비된다면,
이번 불은 오래도록 따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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