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고 보는 최민정.”
이 말은 이제 그냥 관용구가 아니라, 거의 국민 마음의 자동완성이다.
결승선에 서 있기만 해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선수.
넘어져도 “아, 저건 다시 일어난다”는 믿음을 주는 선수.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은메달 시상식에서 흘린 그의 눈물은,
단순히 “아쉽다”로 끝낼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기쁨과 안도, 이별과 감사가 한꺼번에 몰려오면… 사람은 결국 운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본 우리도 함께 숙연해진다.
세 번의 올림픽을 달린 사람, 그리고 7개의 메달
2018 평창, 2022 베이징, 2026 밀라노.
최민정은 세 번의 올림픽을 “출석 체크”하듯 나온 게 아니다.
거의 국가 대표의 숙제를 매번 만점으로 제출해온 느낌이었다.
여자 1500m에서 세 대회 연속 우승(3연패)이라는 대기록은 이번에 아쉽게 닿지 못했지만,
이번 은메달로 올림픽 통산 7개 메달을 쌓으며 한국 선수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새로 썼다.
솔직히 우리, 너무 익숙해져서 위험했다.
“이번에도 당연히 금?” 같은 기대가 어느새 기본값이었으니까.
하지만 메달 하나 뒤엔 수천 번의 훈련, 수만 번의 코너링,
그리고 조용히 참아온 부상과 통증이 숨어 있다.
시즌 내내 무릎과 발목이 성치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진짜로 ‘버틴’ 레이스였구나” 싶어 마음이 더 묵직해졌다.
“후회 없이 달렸다”는 말의 무게
경기 직후 최민정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 올림픽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 한마디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릴까.
우리는 흔히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쓰지만,
선수에게 그 단어는 한 시대를 접는 선언이다.
시상대 위에서 흘린 눈물은 패배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건 완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후련함이자,
스스로에게 보내는 “수고했다”는 인사였다.
그리고 동시에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건네는 작별이었다.
그가 말한 “후회는 없다”는 문장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의 무게가 들어 있었다.

금메달 김길리, 은메달 최민정…이 장면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계승’
이번 여자 1500m 결승은 상징적인 장면을 남겼다.
금메달은 김길리, 은메달은 최민정.
전설과 차세대 에이스가 함께 시상대에 섰다.
더 멋있었던 건 그다음이다.
최민정은 “이제 길리가 에이스”라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자기 기록보다 후배의 성장을 더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이쯤 되면 스포츠를 넘어 인간다움 레전드다.
김길리도 최민정의 올림픽 은퇴 소식을 듣고
“진짜요?”라고 반문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둘은 경쟁자이면서도 서로를 버티게 한 동료였다.
빙판 위에서의 0.1초 싸움은 냉정하지만, 빙판 밖에서의 마음은 따뜻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 그 보이지 않는 봉사와 희생
국가대표는 직업이라기보다 소명에 가깝다.
기대와 압박은 기본 옵션이고, 잘하면 “당연하지”, 못하면 “왜 그랬냐”가 따라온다.
그런데도 최민정은 늘 담담했다.
인터뷰의 첫 문장이 늘 “감사합니다”였고, 빙판 위에서는 결과로 답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강하다는 걸 세계에 각인시킨 시간,
그 중심에는 늘 최민정이 있었다.
그가 달리는 동안 우리는 자부심을 얻었고,
그가 버티는 동안 우리는 위로를 받았다.
이건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다.
은메달보다 빛났던 ‘태도’
최민정은 이번 은메달이 가장 의미 있다고 말했다.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순간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뒤를 이을 선수가 정상에 선 무대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설은 기록이 아니라 태도에서 완성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후배를 세워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 것.
그래서 우리는 그의 눈물 앞에서 숙연해졌다.
고맙습니다, 최민정
누군가는 금메달 개수로 선수를 평가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최민정이 남긴 것은 숫자 이상의 가치라는 것을.
빙판 위를 달리던 그가 우리에게 남긴 건 자부심, 감동,
그리고 “끝까지 해내는 법”이었다.
이제 올림픽에서는 그를 볼 수 없겠지만,
그가 남긴 궤적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반짝일 것이다.
최민정 선수,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할 겁니다.
믿고 보는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살아있는 전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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