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범려(范蠡)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월나라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그야말로 국가의 ‘실질적 1등 공신’이었어.
그런데 그가 오나라를 무찌르고,
구천이 패자가 되자 어찌 된 일인지
조용히 짐을 싸서 월나라를 떠나버려.
“권력의 절정에서 물러나는 자” – 그게 바로 범려였어.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은 감추고,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 – 범려,
월나라를 떠나며
그가 남긴 이 말은
요즘의 토사구팽(兎死狗烹), 조진궁장(鳥盡弓藏)이라는 사자성어로 전해지고 있지.
범려는 권력의 정점에서 자리를 탐하지 않고 물러났고
그 이름은 2500년이 지나도록 남아서
청사에 길이 빛나는 이름이 됐지
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에서는?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되었어
역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이유는 헌정 질서 파괴, 계엄령 남용 등…
국민 앞에서 무너진 권력의 상징이 됐지.
그런데 말야
그 정권의 국무총리였던 한덕수가 지금,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하네.
“왕이 잘못했으면 재상은 잘했습니까?” – 범려가 살아있다면 아마 이렇게 따졌을지도…
탄핵 정권의 2인자가 대권을 논하는 아이러니지.
권력은 잘못됐고, 나는 아니라고?
윤석열 정권은 대통령 한 사람만의 정권이 아니지.
물론 거니 정권은 더더욱 아니고
국정을 책임졌던 총리, 장관, 청와대 참모진 모두가 시스템의 일부였고,
그 총체적 실패의 결과가 바로 탄핵이었지.
그런데 그 정권의 2인자였던 총리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이번엔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그건 정치의 도의(道義)도, 국민에 대한 책임감도 없는 행위 아냐?
정말 국민을 개무시하는 거지
범려는 승리 후 떠났고, 총리는 패배 후 대권 저울질이라니 참...
내가 범려를 존경하는 이유
범려는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미련 없이 내려올 줄 알았기 때문에
2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존경받고 있어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떤 인사는
권력의 대표(대통령)는 잘못되어 파면당했는데,
그 정권의 총리가 자신은 출마해도 된다고 생각하다니
이것이 바로 “책임은 묻지 않고, 권력은 이어받겠다”는 모순의 정치 아냐?
하고 싶은 말 – 진짜 용기는 떠날 줄 아는 것
범려는 이리 말하고 구천을 떠났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초개같이 버리고
“환난은 함께할 수 있어도, 부귀는 함께할 수 없다.”
물론 구천을 두고 한 말이긴 해
진정한 리더는 권력의 맛에 취해 자리를 고수하는 자가 아니라,
때를 알고 떠날 줄 아는 자라 생각해
한덕수의 대권 출마는 가능할지 몰라도,
정치적 명분과 도덕적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은 불문가지
오늘 우리가 기억할 것은 권력을 위해 올라선 이름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 물러설 줄 알았던 그 이름 – 범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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