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계약 제동

( 체코 신규 원전 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출처: 파이낸셜뉴스)

 

체코 원전 계약에 제동, 프랑스가 왜 이 타이밍에 소송을 걸었을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에서 대형 원전 수출의 쾌거를 앞두고 있었다.

계약 금액은 약 25조 2천억 원, 유럽 진출의 교두보이자 한국 원전 기술의 국제적 입지를 넓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서명식 하루 전, 프랑스의 EDF가 던진 한 장의 서류가 상황을 뒤엎었다.

체코 브르노지방법원이 EDF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한수원의 계약 체결에 ‘정지 버튼’을 누른 것이다.

 

법원의 결정, 일단 명분은 '공정성'

체코 법원의 논리는 이렇다.

"만약 한수원과 계약이 체결되면, EDF는 본안 소송에서 이겨도 입찰 기회를 회복할 수 없으니, 일단 잠깐 멈춰!"

말하자면, 일단 멈춤 버튼을 누르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물론 법원은 “이 결정은 본안 소송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지만, 한수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큰 타격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 뉴스에 ‘계약 무산 위기’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DF는 왜 갑자기 소송을 걸었을까?

프랑스의 EDF는 단순한 에너지 기업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국영 원전기업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에너지 주권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EDF는 이번 입찰에서 한수원과 끝까지 경쟁하다가 최종 탈락했다.

반독점기구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곧바로 법원에 소송 + 가처분 신청을 병행했다.

이는 국제 조달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전략적 제소 방식이다.

 

목적은 단순하다.

계약을 무효로 만들기보다는, 계약 체결을 지연시키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압박도 덤으로 줄 수 있다.

 

한수원의 계약, 왜 이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졌을까?

체코는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도 안정적인 민주국가이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여기서 한국이 원전 2기를 수주한다는 건 유럽 원전 시장에 한국 기술이 본격 진입하는 것과 같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이게 꽤 불편할 수 있다.

유럽 내 원자력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마크롱의 구상에 ‘한국 변수’가 끼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EDF가 소송을 통해 얻으려는 건 단순한 계약 무산이 아니라, “프랑스가 아직도 유럽 에너지 기술의 중심이다”라는 인식 회복이다.

 

체코 정부와 한수원은 뭐라고 했을까?

체코 총리는 “입찰은 공정했고, 우리는 그 절차를 지켰다”고 했고,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는 “한수원 제안이 EDF보다 전반적으로 훨씬 유리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CEZ는 “공익보다 민간 기업의 이익이 앞설 수는 없다”면서 EDF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EDF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도 했다.

 

한수원 측은 현재 발주사와 협의 중이며, 계약 체결 시점은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원전 수출, 이대로 괜찮을까?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처분 인용이 아니다.

한국의 원전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전략적으로 위협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곧,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 정치, 외교력, 사법 대응 능력까지 함께 움직여야 진짜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마무리: 계약은 잠시 멈췄지만, 기회는 살아 있다

법원의 가처분은 계약을 완전히 무효화한 것이 아니라 일시 중단시킨 것이다.

본안 소송에서 EDF가 패소한다면, 한수원은 여전히 계약 주체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법률적 대응, 다른 하나는 유럽 내 정치·외교적 공조 강화다.

 

결국, 체코 원전 수주는 원전 기술 경쟁이 아닌, 국제 정치의 게임판 위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체스’에 가깝다.

한수원이 최종 승자가 되려면, 단순히 기술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게임의 룰을 바꾸는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체코 원전 계약: 26조원 원전 수출 

체코 원전 계약 : 26조 원짜리 원전 수출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