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는 늦게 할수록 감동적이다? … 아니, 그렇지도 않다.”
자, 한때 문화계 곳곳에 울려 퍼졌던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의 유령이 2025년 가을,
공식적으로 퇴장했다.
단, 퇴장 전에 무대 인사 한 번쯤은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것도 국정원 버전의 ‘진심 어린 사과문’으로 말이다.
11월 7일,
국정원이 드디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판결을 받아들이고 상고를 포기했다.
대신 내놓은 건 유려한 보도자료 한 장.
요약하자면,
"우리가 좀 그랬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다시는 안 그럴게. 진짜야."
블랙리스트, 그 검은 매직
사건의 발단은 간단하다. 어떤 정부는 비판이 싫었다.
예술은 원래 권력을 찌르는 법인데, 그게 못마땅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
들리는 말로는 ‘TF’는 ‘Target & Filter’의 줄임말이 아니었을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무려 82명.
그중에는 배우 문성근, 방송인 김미화도 있었다.
왜냐고? 그냥 좀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비판 좀 하면 방송국에서 퇴출시키고, 지원 끊고, 투자 막고…
어쩐지 문화계가 갑자기 조용해졌던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가?
판결은 썼고, 사과는 달았다?
세월이 흐르고, 사건은 법정으로 갔다.
1심에서는 “국가는 책임 없다”는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는 뒤집혔다.
"이명박, 원세훈, 그리고 대한민국 모두가 공동 책임자"라는
법원의 준엄한 판결이 내려졌다.
그리고 국정원은 깊은 숨을 쉬며 선언했다.
"상고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천둥 같은 말이었다.
국민들은 놀라서 사과문을 한 줄 한 줄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걸 이제야 하다니, 너무 감동적이다… 고 할 뻔했네.”
위기의 반성문: 늦었지만 없었던 것보단 낫다?
국정원은 2017년에 국내 정보 수집 부서를 폐지했고,
2020년엔 ‘정치 개입 금지’를 법에 못 박았다.
이쯤 되면 다짐이 아니라 다짐의 다짐, 다짐의 프랜차이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
정작 국민들은 그 다짐보다, 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의 방송 복귀 소식을 더 반가워할지도 모르겠다.
문성근 씨는 여전히 연기 중이고, 김미화 씨는 여전히 유쾌하다.
이들의 존재가 말해주는 건 단 하나.
“예술은 살아남는다. 블랙리스트보다 오래.”
국정원, 다시는 펜을 두려워 말지어다
사과는 좋은 일이다. 인정도 좋은 일이다.
다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건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실질적 변화다.
국정원이 앞으로는 스파이 잡고 안보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길 바라며,
문화예술계는 다시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칼날을 맞지 않길 소망해 본다.
끝으로, 이런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다음 국정원 슬로건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
“우리는 감시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지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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