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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쿠팡 근로자 사망 앞에서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

by 해피라이프99 2025.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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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쿠팡 차량 차고지. 연합뉴스

 

“심야 노동 중 쓰러진 한 남자,

하지만 문제는 ‘그가 쓰러졌다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하다.

쿠팡이라는 단어가 ‘속도’나 ‘배송’보다 먼저 ‘사망’과 연결될 때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2025년 11월 21일 밤 10시 30분,

경기도 화성시의 쿠팡 동탄 1 물류센터 식당에서 30대 계약직 근로자 A 씨가 쓰러졌고,

끝내 병원에서도 깨어나지 못했다.

 

야간 근무 중, 단순 포장 업무를 수행하던 그는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의 밤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 밤이 마지막이었다.

 

회사의 설명: “근무시간 40시간 미만입니다”

쿠팡 측은 “주당 평균 근로일수는 4.3일이고,

평균 근무시간은 40시간 미만”이라며

‘노동강도는 적절했다’는 메시지를 신속하게 발표했다.

 

그리고 “고인은 지병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말하자면, 쿠팡은 ‘우리는 잘못 없다’는 간접적인 알리바이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질문 하나.

“지병이 있었다면, 왜 그는 새벽까지 포장 업무를 해야 했을까?”

건강을 고려한 업무 배정은 없었나? 위험신호는 없었나?

아니, 그보다… 누가 그 지병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확신하는가?

 

왜 쿠팡의 죽음은 유독 관심을 받는가?

사실, 이번 사망 사건 하나만 놓고 보면 슬프지만

특별한 뉴스는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산업재해는 하루에도 몇 건씩 일어난다.

그런데 왜 쿠팡의 사망 사건은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을까?

 

1. 반복되는 전례: 쿠팡은 2021년에도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 중 숨진 청년 노동자 사건으로 뭇매를 맞았다.

“쿠팡은 또?”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2. 대기업 이미지와 노동 현실의 괴리: ‘혁신’과 ‘최첨단 물류’의 대명사처럼 포장된 기업이 실제로는 땀과 눈물,

고단한 노동 위에 세워졌다는 아이러니.

3. 익숙한 구조: 비정규직, 야간 근무, 사망: 뭔가 디폴트 값이 되어버린 듯한 조합.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이게 정상인가요?

 

포장은 단순했지만, 삶은 복잡했다

A씨는 단순 포장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그의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친구도 있었을 것이다.

 

일하기 전엔 밥도 먹었고, 집에 돌아가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를 '단순 포장'이라는 칸에 넣고 그 이상은 보지 않았다.

 

쿠팡, 쿠팡, 쿠팡… 그리고?

쿠팡은 “유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익숙한 대사다.

 

그러나 노동자가 쓰러지기 전엔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언제까지 후속 대처에만 익숙한 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한 온라인 댓글은 이렇게 말한다.

“쿠팡은 빠르다. 근로자는 쓰러지고, 대응은 서둘러 이뤄진다.

다만 예방은 느리다.”

 

사람보다 빠른 건 이제 그만

쿠팡의 물류 시스템은 빠르다.

새벽 1시에 주문해도 아침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의 생명은 그 속도에 맞춰 관리되지 않는다.

야간 근무, 계약직, 포장 업무라는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그대로다.

 

결국, 쿠팡은 물류 혁신이 아니라 ‘사망의 속도’를 혁신 중인 건 아닐까?

 

정말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쿠팡을 비난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죽음에 “유감입니다”와 “지병이 있었어요”라는 논평만 반복된다면,

그건 무책임이다.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규직 확대, 야간 노동의 인력 재배치,

건강검진 강화, 실시간 위기 감지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소식을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지 말아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죽음이 더 나은 노동 환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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