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집에서 맥주 한잔 하며 TV를 켰습니다.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이더군요.
“그래도 이 나라를 이끌 사람들인데 한 번 보자” 싶어서 봤는데요…
아니 이게… 토론인지 토악질인지,
말꼬리 잡기 선수권 대회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정책은 안 보이고, 온갖 과거사·욕설·채팅창 클립 수준의 말잔치.
그 와중에 “젓가락”까지 등장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네요.
이 나라 최고 지성(?)들의 고퀄 토론
물론, 저도 압니다.
선거란 원래 치열한 거고,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건 기본 전략이라는 걸요.
근데요, 여러분.
그게 꼭 “술집에서나 할 법한 얘기”까지 아니
"술집에서도 차마 민망해 꺼내기 힘든 말까지" 꺼내면서 해야 할 일입니까?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
공중파에서 수준 낮은 농담과 비방으로 장내를 달굴 때,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인생이란… 황량(일)몽인데....”
황량(일)몽이 뭐냐고요?
당나라에 노생이란 서생이 있었습니다.
주막에서 여동빈 도사에게 베개를 하나 받아 잠시 쉬었는데…
꿈에서 장원급제, 정승, 귀양, 복권, 역모, 다시 정승....
81세까지 살고 죽습니다.
근데 눈을 떠보니?
밥이 아직 안 익었어요.
(네, 조밥 (황량). 진짜 밥입니다.)
그 짧은 순간에 온 생애를 살았다는 거죠.
그래서 나온 말이 “황량일몽”, 혹은 “일장춘몽”.
부귀공명? 많이 먹으면 체합니다
정치권만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남 짓밟고 올라서야 내가 올라간다”는
그릇된 믿음에 중독된 듯합니다.
출세, 성공, 부, 명예....
전부 상대적 가치로만 측정되죠.
“내 연봉은 옆 팀 김대리보다 높아야 해.”
“아파트 평수로 인간 평가하는 사회.”
“인스타 팔로워 수가 곧 인격의 척도.”
이게 정상입니까?
조밥도 익기 전에 생을 다 써버리는 꼴입니다.
현실 버전의 노생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진짜 멋진 인생이란?
천상병 시인은 말했습니다.
“인생은 소풍놀이고. 잘 놀다 돌아가는 것이라고.”
정치판도, 회사도, SNS도
조금은 덜 심각하게 생각해도 됩니다.
싸우지 말고 좀 즐기자고요.
오늘도 내 소풍의 하루.
이왕이면 남 욕하는 말 대신,
꽃 한 송이 칭찬이나 해보면 어떨까요?
정치, 진짜 잘하고 싶다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민은 정권교체 못지않게 수준교체를 원합니다.
“누가 누굴 욕했는가”보다 “누가 내 삶을 바꿔주는가”를 보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제발 차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는
상대 욕 말고, 밥값 얘기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조밥도 귀하게 아끼며 사는 민초들이니까요.
生死有命 富贵在天
万事分已定
浮生空自忙
김문수나 이준석은
모든 게 이미 분명히 정해져 있거늘
뜬구름 같은 인생 헛되이 홀로 바쁘게 사는 군상입니다.
그래봐야 황량몽에 지나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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